피떡 심부정맥혈전증 증상 폐색전증 예방
오랜 시간 앉아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바로 다리 속 '피떡', 즉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 때문입니다. 이 질환은 자칫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증상이 모호하여 단순 피로나 근육통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합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 가능하므로, 오늘 이 시간에는 심부정맥혈전증의 원인부터 증상, 치료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법까지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 '피떡'의 정체와 위험성
심부정맥혈전증은 우리 몸 깊은 곳에 위치한 정맥에 혈전, 즉 피떡이 생겨 혈류를 막는 질환입니다. 이는 단순한 혈액순환 장애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란 무엇인가?
심부정맥은 주로 다리, 골반, 팔 등 신체 깊숙한 부위에 자리한 굵은 정맥을 지칭합니다. 이 정맥들은 심장으로 혈액을 되돌려 보내는 핵심 통로 역할을 수행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바로 이 중요한 통로에 혈전이 형성되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완전히 차단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혈전은 이론적으로 신체 내 모든 정맥에서 발생 가능하지만, 해부학적 구조와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특히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하지 정맥, 즉 다리 정맥에서 호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피떡'은 왜 다리 정맥에 잘 생길까?
다리 정맥에 유독 혈전이 잘 생성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이 존재합니다. 첫째, 장시간의 부동자세 입니다.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들면 다리 근육의 펌프 작용이 약화되고, 이는 정맥 내 혈류 속도 저하로 이어져 혈액이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성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합니다. 양태일 교수는 "장시간 비행기 탑승, 다리 골절 등으로 인한 깁스 착용,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장기간의 침상 안정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이와 관련이 깊습니다. 둘째, 체내 혈액 응고 경향의 증가 입니다. 특정 조건에서는 혈액 자체가 굳기 쉬운 상태로 변합니다. 양 교수는 "임신 중이거나, 암과 같은 악성 종양이 존재하는 경우 혈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합니다. 임신 중에는 출산 시 과다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생리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증가하며, 태아가 커지면서 자궁이 골반 내 정맥 및 하대정맥을 압박하여 하지 정맥 혈류 정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암 환자의 경우, 일부 종양 세포가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물질을 분비하거나, 만성적인 염증 상태 및 항암 치료 과정에서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어 혈전 생성 위험을 높입니다.
방치하면 치명적인 합병증, 폐색전증
심부정맥혈전증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바로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 PE)'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리 정맥에 생성된 혈전의 일부 또는 전체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가 폐동맥을 막아버리는 것이 폐색전증입니다. 폐는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핵심 기관인데, 폐동맥이 막히면 가스 교환이 심각하게 저해되어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심장 기능 부전 및 쇼크, 나아가 급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부정맥혈전증의 증상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의심될 경우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의 주요 증상과 진단
심부정맥혈전증의 증상은 혈전의 크기, 위치, 그리고 폐색전증 동반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때로는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놓치기 쉬운 초기 증상들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하면 혈전으로 인해 정맥 혈관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히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합니다. 비교적 작은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허벅지 대퇴정맥이나 골반 장골정맥과 같이 굵은 정맥이 막히면 다리 전체의 혈류가 급격히 저하되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 통증 및 열감 : 혈전이 발생한 다리의 혈관을 따라 뻐근하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며, 해당 부위에 열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발목을 위로 젖힐 때 종아리에 통증이 심해지는 '호만스 징후(Homan's sign)'가 나타날 수 있으나, 이 징후만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 부종 및 둘레 증가 :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긴 쪽 다리가 붓고, 건강한 쪽 다리에 비해 둘레가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보통 2cm 이상 차이). * 함요부종 (Pitting edema) : 부은 다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떼면 움푹 들어간 자국이 한동안 남아있는 현상입니다. * 피부색 변화 : 피부가 붉거나 푸르스름하게 변색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피부 괴사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폐색전증 동반 시 나타나는 응급 증상
심부정맥혈전증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인 폐색전증이 동반되면 다음과 같은 응급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즉각적인 의료 처치를 필요로 합니다. *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 특별한 활동 없이도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입니다. * 흉통 : 주로 숨을 깊게 들이쉴 때 악화되는 날카로운 양상의 가슴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기침 및 객혈 : 마른 기침이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올 수 있습니다. * 빈맥 및 어지러움 :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실신할 수도 있습니다. 양태일 교수는 "폐색전증의 정도가 심하면 산소 치료나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요하며, 혈압 저하 등 쇼크로 진행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즉각적인 응급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
심부정맥혈전증이 의심될 경우, 혈관 초음파(도플러 초음파) 검사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진단 방법입니다. 이 검사는 비침습적이며 방사선 노출 없이 혈관 내 혈전의 유무, 위치, 크기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혈액 검사 중 D-이합체(D-dimer) 검사는 혈전이 녹을 때 생기는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여 혈전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다른 질환에서도 수치가 상승할 수 있어 확진 검사는 아닙니다. 폐색전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CT 폐혈관 조영술(CT pulmonary angiography)이나 폐 관류 및 환기 스캔 등을 시행하여 폐동맥 내 혈전을 확인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하나?
심부정맥혈전증 치료의 핵심 목표는 혈전의 추가적인 성장을 막고, 폐색전증과 같은 급성 합병증을 예방하며, 혈전후 증후군(Post-thrombotic syndrome)과 같은 장기적인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있습니다.
항응고제를 통한 1차 치료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진단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치료는 항응고제 투여입니다. 항응고제는 혈액이 응고되는 과정을 억제하여 기존 혈전이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하고, 새로운 혈전 생성을 막습니다. 또한, 우리 몸 자체의 혈전 용해 시스템이 작용하여 기존 혈전을 점진적으로 녹이는 데 도움을 주어 폐색전증으로의 진행 위험을 현저히 낮춥니다. 과거에는 헤파린 주사 후 경구용 와파린으로 변경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직접 작용 경구 항응고제(Direct Oral Anticoagulants, DOACs)가 개발되어 사용이 간편하고 출혈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 혈전의 원인 및 재발 위험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혹은 그 이상 지속될 수 있습니다.
시술 및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의 심부정맥혈전증은 항응고제 치료로 호전되지만, 다음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항응고제 사용 금기 : 최근 뇌출혈이나 위장관 출혈을 경험했거나, 대규모 수술 직후 등으로 인해 항응고제 사용 시 재출혈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 * 광범위한 혈전 및 심한 증상 : 허벅지나 골반 부위의 주요 대정맥에 광범위한 혈전이 발생하여 극심한 다리 통증이나 심각한 부종, 심지어 혈류 차단으로 인한 조직 괴사 위험(Phlegmasia cerulea dolens)이 있는 경우. 이러한 경우, 혈류를 신속히 회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시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 카테터 유도 혈전 용해술 (Catheter-Directed Thrombolysis, CDT) : 얇은 카테터를 혈관 내 혈전 부위까지 삽입한 후, 혈전 용해제를 국소적으로 직접 주입하여 혈전을 녹이는 방법입니다. * 혈전 제거술 (Thrombectomy) : 기계적 장치(흡입 카테터, 파쇄 장치 등)를 이용하여 혈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시술입니다. * 외과적 혈전 제거술 : 매우 드물지만, 시술로 혈류 회복이 어렵거나 조직 괴사 위험이 임박한 중증 환자에게는 정맥을 직접 절개하여 혈전을 꺼내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폐색전증이 동반되어 환자의 생체 징후가 불안정한 위급 상황에서는 폐혈전 제거술(Pulmonary embolectomy) 이라는 개흉 수술을 통해 폐혈관을 열고 직접 혈전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폐색전증 예방을 위한 하대정맥 필터
하대정맥 필터(Inferior Vena Cava Filter, IVC Filter) 는 다리 정맥에서 발생한 혈전이 심장과 폐로 이동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하대정맥 내에 설치하는 작은 우산 모양의 장치입니다. 주로 항응고제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항응고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폐색전증이 재발하는 고위험 환자에게 고려됩니다. 양태일 교수는 "대량 출혈 중이거나, 심각한 외상, 뇌출혈 등으로 항응고제 사용이 금기인 환자에게 폐색전증 예방 목적으로 간혹 시행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한 편이지만, 필터 자체가 혈전을 유발하거나 필터의 위치 이동, 혈관 손상 등의 합병증 가능성이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며, 가능한 경우 일정 기간 후 제거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일상생활 속 심부정맥혈전증 예방법
심부정맥혈전증은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특히 다리 정맥의 혈류 정체를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움직임의 중요성: 장시간 부동자세 피하기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규칙적인 움직임 입니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는 다리 혈액 순환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 * 사무직 종사자 : 최소 1시간에 한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해주십시오. * 장거리 여행 시 : 비행기나 기차, 버스 등 좁은 공간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할 경우, 2~3시간마다 통로를 걷거나, 앉은 자리에서 발목 및 다리 스트레칭을 자주 시행하십시오. 충분한 수분 섭취도 혈액 농축을 막아 도움이 됩니다. * 수술 후 또는 질병으로 장기 입원 중인 환자 :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기에 보행을 시작하거나, 침상에서도 다리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호자의 가벼운 다리 마사지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다리 운동 및 스트레칭
간단한 다리 운동은 종아리 근육의 펌프 작용을 활성화하여 정맥 혈액 순환을 촉진합니다. * 발목 펌프 운동 :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겼다가 미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각 20~30회). * 발목 돌리기 :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목을 시계 방향 및 반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돌려줍니다. * 무릎 들어 올리기 : 앉은 자세에서 한쪽 무릎씩 가슴 쪽으로 당겨줍니다. 이러한 운동은 혈류 정체를 막아 혈전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의료용 압박 스타킹의 활용
의료용 압박 스타킹 은 발목 부위의 압력이 가장 높고 위로 올라갈수록 압력이 점차 낮아지도록 특수하게 설계되어, 정맥혈이 다리 아래쪽에 고이는 것을 방지하고 심장 쪽으로 원활하게 순환되도록 돕습니다. 특히 임산부, 하지정맥류 환자,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군, 또는 이미 심부정맥혈전증 과거력이 있는 경우 예방 목적으로 착용이 권장될 수 있습니다. 양태일 교수는 "임산부의 경우 압박 스타킹 착용이 정맥 혈류 개선에 효과적이므로 권장한다"고 조언합니다. 다만, 동맥 순환 장애가 있는 환자는 사용에 주의해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압력과 크기의 스타킹을 선택해야 합니다.
고위험군의 관리 및 정기 검진
암 환자, 혈액응고장애 질환 보유자, 비만, 고령, 흡연자, 경구 피임약 복용자 등은 심부정맥혈전증의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이러한 분들은 기저 질환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며, 다리 부종이나 통증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 교수는 "암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혈전 예방보다 기저 질환 치료가 우선"이라면서도 "이미 혈전증 위험이 있거나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담당 전문의와의 정기적인 상담과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과 그로 인한 폐색전증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질환입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노력과 의심 증상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공된 정보가 여러분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